내일의 당연함
방콕에서 사역하시던 SFC 홍정훈 선교사님이 어제 그토록 사랑하던 주님 곁으로 가셨다. 홍정훈 선교사님을 마지막으로 만난건 딱 한 달 전이었다. 몇 번을 만나려고 약속을 잡았다가 그 약속이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못지켜지기를 반복하다가 우연히 까페에서 만나서 이런저런 사역 이야기들을 나누었고, 아이들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만나서 같이 이야기 하자는 약속을 하고는 헤어졌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갑자기 올 1월 말에 주님 곁으로 가신 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몸 상태가 좋지 않으셔서 1월 중순에 한국으로 혼자 가서 아버지를 뵙고 왔다. 병실에 계신 아버지에게 당연히 다시 만날거란 생각으로 ‘아빠 곧 다시 뵈어요 금방 올게요’라는 짧은 인사를 남기고 태국으로 돌아왔고, 그것이 아버지를 본 마지막 순간이었다. 아버지의 임종을 보지 못하고 나서야 얼마나 후회했던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내일이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다음을 계획하지만 사실 그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반복되어 왔기에 우리는 내일을 당연히 맞이할 수 있을거라는 착각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많은 순간 그 착각은 맞아 떨어진다. 그래서 더 오해는 깊어진다.
하지만 언제나 마지막은 사람을 겸손하게 하고, 그간 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후회를 하게 한다. 아버지와 마지막 인사를 그렇게 가볍게 한 것을 얼마나 후회했었던가… 홍정훈 선교사님과 다시 약속을 잡지 못했던 것을 어제 얼마나 후회 했었던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내일이 있을거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또 만날거란 생각에 얼마나 나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얼마나 쉽게 그들을 대하는가?
아내에게 다투며 화를 내는 그 순간 당연히 머리 속에는 (생각조차 하지 않더라도) 아내와 이 것을 풀고 다시 관계가 회복될 것을 나도 모르게 떠올리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때로는 그렇게 독한 말을 쉬이 내뱉지 않는가?
아이들에게는 어떤가? 아이들이 나와 보내고 싶어하는 그 시간들을 얼마나 많이 내일이 있을 것을 염두에 두고 미루는가? '내일 하자. 다음에 하자…’ 그 내일은 내일의 내일로 미뤄지고, 그 다음은 그 다음에 그 다음으로 미뤄지지 않는가?
내일이 올 것이 당연한 사람에게는 오늘이 그다지 소중하지 않게 여겨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이 소중하더라도 내 전심으로 전력을 다해 살아가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그런 남편이었고, 그런 아빠였고, 그런 사역자임을 깨닫게 되었다. 오늘 한 번 더 연락하고, 한 번 더 안부를 묻고, 한 번 더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리고 어쩌면 정말 내일이 오지 않을 그 순간 그것이 마지막이 될 수 있는데…
후회하지 않게 살아가고 싶다. 시간이 지나 그 때를 기억하며.. 그 때 이렇게 했었어야 했는데.. 그 때 내일이 오지 않을 것 처럼 말하고 행동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말하게 되지 않기를 원한다.
오늘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보고싶다고 말하고 싶다. 그들이 정말 나에게 소중한 사람임을 한 번 더 이야기 해주고 싶다.
나에게 설령 내일이 없더라도 오늘 내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표현한 사람이 바로 우리 가족이, 우리 형제, 자매가 그리고 당신이 되기를 원한다.
내일은 또 다시 오늘 (present) 처럼 선물처럼 오게 될 것이다. 당연히 여기지 아니하고,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을 나에게, 우리에게, 그리고 우리의 태국의 영혼들에게 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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