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13:21-30 가롯 유다만 죄인인가?
1. 유다는 예수님을 팔 모든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실제로 아직 대제사장이나 서기관들을 만나서 돈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미 그의 마음은 죄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마치 브레이크가 터진 자동차 처럼 말이다.
2. 그런데 오늘 본문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이 사실에 너무 괴로워하고 계셨다.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심령이 괴로워 증언하여 이르시되…” (21절) 죄로 향해 달려가는 유다의 마음은 예수님의 이 긍휼한 말씀도 들리지 않았다.
3. 자칭 예수께서 사랑하신 제자 요한이 묻는다. “주여 누구이니이까?” (25절)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가 떡 한 조각을 적셔다 주는 자가 그니라 하시고 곧 한 조각을 적셔서 가룟 시몬의 아들 유다에게 주시니" (26절) 본문의 내용을 통해 유추하자면 유다는 이 대화를 듣지 못했던 것 같다.
4. 그러나 이 때 유다의 마음이 얼마나 불안하고 두근거렸을까? 한 때 자신이 사랑했던 주님을 배반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이미 마음은 예수를 죽이려는 죄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예수께서는 자신에게 떡을 포도주에 찍어서 주신다. 어디서 본듯 한 장면이 아닌가? 교회에서 하는 애찬식의 모습이다. 즉 애찬의 떡을 떼어서 자신에게 먹으라고 주신 것이다.
5. 자신은 예수를 증오하고, 예수의 효용가치가 없어졌다고 생각하여 예수를 죽이려는 결정을 하고 있는 바로 그 시점에 예수님께서는 자신에게 애찬의 떡을 주시며 자신에게 회개할 기회를 주고 계신 것이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계신 것이다. 그런데 슬프게도 가롯 유다에게서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6. 어릴 때 성경을 보면서는 늘 가롯 유다의 어리석음을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중에 누가 나는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나는 가롯 유다와 같지 않다고, 예수님이 회개의 기회를 주실 때 나는 죄를 사랑하지 않았고 그리스도만 사랑했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유다라고 그리스도를 항상 배신하려고만 했겠는가? 그도 한 때는 그리스도를 뜨겁게 사랑했었던 제자 아니었던가?
7. 죄를 사랑하는 마음과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마음이 항상 공존하고, 그리스도를 사랑하기 보다는 죄를 사랑하여 넘어지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 가롯 유다도 사랑하셨다. 사랑하셨을 뿐만 아니라 끝까지 사랑하셨다.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 자기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시고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 (요 13:1)
8. 나는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나를 혹시 의롭다고, 괜찮다고, 선교사니까, 목사니까, 사역하고 있으니까 다른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러나 확실히 알아야 할 것은 내가 가롯 유다 보다 조금도 나은 것이 없다는 것이고, 그리스도만 사랑하는 자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예수님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죄도 사랑하고, 예수님을 배신하고 나의 이익을 찾는 나같은 사람도 주님이 여전히 사랑하시고, 회개할 기회를 주신다. 끝까지 사랑하신다. 그러기에 우리가 계속해서 믿고, 따라가야 할 분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 밖에 없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때문에 내가 지금 부끄럽지만 부족하지만 내 삶은 여전히 죄로 가득차 있더라도 주의 은혜로 목사로 선교사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9. 가롯 유다의 배신은 우리의 죄성의 모델이다. 그만 특별히 악했던 것이 아니라 우리 중 누구라도 그와 같이 그리스도를 버리고, 배신할 수 있다. 그러나 그에게 여전히 애찬의 떡을 주시고, 사랑해주신 예수님께서 지금도 우리에게 여전히 애찬의 떡을 주시고 사랑을 넘치도록 부어주시고 계신다. 그러기에 오늘을 은혜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내 삶으로 조금이라도 그 사랑에 합당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원한다. 삶의 한 절이라도 그 분을 닮길 원하며, 삶의 한 모퉁이라도 그 분을 드러낼 수 있는 삶을 살아내길 원한다.
10. 오늘도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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