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지어져 가는 그리스도의 몸, 교회
태국 방콕 중심지역에 2040을 대상으로 주님의 제자를 세워가는 교회를 개척하려는 주님의 계획에 세 가정이 먼저 헌신했고, 이것이 지금의 교회개척팀이다. 태국 전도사님 한 가정, 미국 선교사 한 가정, 그리고 한국 선교사인 우리 가정 한 가정, 이렇게 세 개의 다른 문화와 세 개의 다른 언어를 쓰는 세 가정이 함께 주님의 몸 된, 태국 교회를 세우기 위해 계속 모임을 가지고 준비해왔고, 이를 함께 하고자 하는 11명과 함께 총 17명이 이제 11월 1일 첫 주일에 첫 예배를 드리려고 한다.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내가 한 일이 없고, 오직 하나님께서 우리를 만나게 하셨고, 우리를 한 마음으로 묶어 주셨고, 한 몸으로 교회를 시작할 수 있도록 인도해가고 계신다. 말 그대로 Not I, but Christ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실천되고 있다.
지난주에는 교회 개척 팀이 Silent Retreat를 다녀왔다. 분주하고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분리되어 개척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를 불러주신 하나님의 부르심을 확인하고, 더욱더 그 분과의 깊은 사귐을 가지기 위해서였다. 이 시간 속에서 주님께 물으며 들었던 내용을 좀 정리하기 위해 사실 이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묵상을 위해 식당에 앉아 있는데 정말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새벽부터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식사 때에는 서빙을 하고, 그 식사가 끝나면 설거지와 뒷정리를 하고, 또 잠시 쉬고 점심 준비를 한다. 그렇게 점심을 하고 나면 저녁 준비를 하고, 그리고 나면 또 다음 날 아침을 준비해야 한다. 정말로 열심히 일하고, 또 일한다. 그들의 삶을 쉽게 판단할 수 없지만 그들이 정말 원해서 저 일을 하고 있을까? 저 일을 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며 일할까? 등등의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고, 저 직원들이 저렇게 10년을 일하고 나서 그들의 마음속에 어떤 마음이 들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들은 정말 열심히 일한다. 수고하고 애쓴다. 하지만 정말로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만족할까? 정말 잘 살았다고 생각할 것인가? 끊임없는 일을 하는 것 속에서 그들은 인생의 의미를 찾았을까? 그들의 일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수 많은 일(Doings) 속에서 어떤 만족과 삶의 이유를 찾기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 또한 교회 개척의 과정에서 그들과 같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 개척을 위해 나는 지금 어떤 것을 하려고 하는가? 교회를 '세워간다'라는 표현 속에서 그 수 많은 일(Doings)이 연상되었다. 그리고 나 조차도 지금, 오늘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언제나 관심거리였다. 작게는 교회의 브로셔를 만들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만들어 우리를 알리고.. 또한 크게는 사람을 세워나가고 하는 등등등의 그런 일들 말이다. 하지만 주님은 그 순간 나의 마음에 이렇게 말씀하시는 듯하였다. "그렇게 열심히 무엇인가를 해서 교회가 100명이 되고, 200명이 되면 그다음은? 그러고 나면 그게 너의 삶의 의미와 이유가 되는 거니? 누구의 교회를 세우고 싶은 거니?"라고 물으시는 것 같았다. 그러고 나서 잠잠함 가운데서 "재우야.. 교회는 세우는 것 (Doings)이 아니고 되는 것(Being)이란다"라고 내 마음속에 주님의 생각을 주시는 것 같았다. 교회를 세워가는 것을 '일'로 생각하고 있었던 나에게 주님이 주신 인사이트라고 생각한다.
나는 신앙 생활 속에서 자주 세우는 것, 즉 일 하는 것을 통해서 나의 믿음을 확인하려고 하고, 내가 주님의 나라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그러한 '하는 것'이 없으면 뭔가 한량 같고, 밥만 축내는 사람 같이 느끼기도 한다 (실제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일이 없으면 내 존재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생각해온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주님의 몸 된 교회 또한 우리가 세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되는 것이라고 말씀해주신다. 결국은 내 존재의 문제, 내면의 문제이다. 우리는 일만을 위해, 끊임없이 일을 하기 위해 부르심을 받은 자가 결코 아니다. 교회를 세워간다고 하는 것이 물리적인 교회, 숫자적인 교회를 세우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주님의 자녀가 되어야 하고, 주님의 몸 된 교회가 되어야 하고, 주님의 신부가 되어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것은 '되는 것'이지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회 개척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시간과 물질을 써서 섬기고 봉사하고 하는 것이 교회를 세워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이, 우리 공동체의 삶이 주님의 자녀가 되는 것이고, 주님의 몸이 되는 것이고, 주님의 신부가 되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교회를 세워가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할 일 임을 배우게 되었다. '하는 것'에 파묻혀서 '되는 것'을 소홀히 하는 자가 되고 싶지 않다.
내가 그리스도의 자녀가 되었다면, 내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가 되어 간다면, 내가 그리스도의 신부가 되어 간다면.. 교회 개척이 그렇게 부담되고, 힘든 여정이 아니라 오히려 기쁘고 즐거운 주와 같이 가는 길이 아니겠는가? 물론.. 그것 뿐이겠는가 만은... ㅎㅎㅎ
"교회가 되자." Be a Church!! 어디의 표어에서 본 듯 하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정말 나에게 필요한 말은 '교회를 세우자'가 아니라 '교회가 되자'라는 말일 것이다. 정말로 교회가 되고 싶다. 그리스도의 몸이 되고 싶고, 함께 지어져 가는 그리스도의 몸이 되고 싶다. 그래..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