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도 이제 24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어제 쓰다가 아들 때문에 중단을 했더니 지금은 2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2011년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GMTC로 선교훈련을 받기 위해 목동으로 들어갔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8월에 파송예배를 드리고, 8월 24일에 출국해서 지금은 태국의 방콕에 있다. 출국 이틀전에 천국이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아내는 입덧을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가 들어오자 마자 태국은 50년 만의 대홍수를 맞이했고, 우리 가정은 피난도 다녀오고,
거주하는 동네가 상습침수구역이고, 입덧이 심했던 아내는 선교부의 배려를 받아서 한국을 다녀오기도 했다.
참 다사다난 했던 한해였다.
다사다난이란 말 이외에 다른 것으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한해였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다사다난 하지 않았던 해는 한 번도 없었다. 오늘은 문득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질문은 사실 한동대학교 입학 면접에서 나에게 물어봤던 질문이기도 하다.
인생은 크게 속도, 방향, 밀도로 어떻게 살았는지를 구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한 사람의 인생이 어떠했는지를 돌아본다면, 그 인생의 속도는 어떠했느냐? 방향은 적절했느냐? 그리고 밀도 있게 살았느냐? 로 구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마지막 날에는 내가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존전에서 이것이 친히 계수되겟지만 말이다.
올 한해를 돌아볼 때, 나의 인생은 속도 면에서는 뭔가 진전이 있었던 것 같다. 2009년 회사를 그만두고, 선교지에 오기까지 약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는데, 올해는 결정이 빠르게 진행이 되었고, 그래서 지금은 태국에 있다. 이것이 속도면에서의 진전의 다는 아니다.
할 수 있는 모든 결정을 리더들에게 위임했고, 리더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순종하며 지금까지 왔다.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그 뜻에 순종했고, 또한 그 뜻을 리더들과 함께 공유하며 여기까지 왔다. 그래서 속도 면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인생을 내가 결정하고, 내가 움직였다면 더 오래, 혼란스럽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마치 2주 만에 갈 수 있는 출애굽의 길을 40년을 돌아간 이스라엘 백성처럼 말이다.
나의 인생의 방향도 그래도 잘 잡은 것 같다. 역시 하나님께 온전히 내어 드림으로 인해서 얻은 결과이다.
물론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힘든 시간도 있었고, 의견의 대립도 있었으며, 아내가 입덧으로 힘들어하고, 심한 입덧으로 인해 태국에 잘 적응하지 못하면서 어려운 시간들을 겪기도 했었다. 하지만 하나님의 시계는 계속 움직였고, 하나님과 동행하려고 했던 그 시간들로 말미암아 지금은 그 모든 문제들이 많이 해결된 상태이다.
잘 생각해보면 내가 잘해서 혹은 내가 뛰어나서 인생의 방향이 잘 잡힌 것이 하나도 없다. 그냥 순종했더니 온 결과이다.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그 뜻대로 순종하려고 햇던 우리의 몸부림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이끌어 주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내 인생은 밀도 면에선 좀 부족 했던 것 같다.
밀도라는 것은 인생을 얼마나 깊이 있게 살았냐에 대한 문제일텐데, 나는 조금 헛되게 보낸 시간이 많은 것 같다. 쉽게 말하면 하나님이 주신 선물인 시간을 낭비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존 파이퍼 목사님의 설교 중에서 Don't Waste Your Time 이란 설교가 참 가슴에 와 닿았다.
단지 치열하게 살고, 바쁘게 사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시간에 대해서 물으신다면 정말 대답할 말이 없다.
깊이 있는 묵상이 있는 인생이 되고 싶었고, 깊이 있는 사랑과 깊이 있는 섬김이 있는 인생이 되고 싶었는데, 올 한해는 정말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이 든다. 자기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부분이다.
내년에는 정말 시간을 잘 사용하고 싶다.
2012년 한 해를 위해서 하나님이 어떤 말씀을 주실지 모르겠지만....
1년이 지나 2012년 12월 31일에 다시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면....
속도, 방향, 밀도가 다 감사하고, 만족합니다 라고 고백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욕심일 수도 있다. 그리고 자기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더라도 다른 사람에겐 그러한 평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지라도... 나에게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다사다난했던 2011년을 마무리하는 이 시간에 2012년을 위한 나의 다짐은 바로 이것이다.
나만을 위해서 살지 말고, 나만을 위해서 기도하지 말고, 그리고 나를 위해서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